[기사스크랩] 삼성의 또다른 실험
Posted 2008. 10. 30. 09:21, Filed under: ® B i z/+ b u s i n e s s[한국경제]
삼성의 또다른 실험…네트워크 조직으로 전환
"직원 창의성을 춤추게 하라"
기존의 피라미드 조직에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직급에 따라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다. 말단 직원의 아이디어가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급자에게 전달되려면 대리→과장→차장으로 이어지는 긴 채널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직급 구분이 없는 수평적 조직에서는 노동의 질적 유연성이 훨씬 높아진다. 사원이 그룹장에게 바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보고를 위한 시간낭비도 막을 수 있다. 한 번에 두세 가지 업무를 처리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육성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건희 회장식 '창조경영' 구현 이번 조직개편안은 2007년 초 이건희 전 회장이 주창했던 '창조경영'과도 맥이 닿아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지금까지는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며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삼성식 창조경영은 이 전 회장이 삼성특검 등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 없이 구호에만 머물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 조직개편은 '이건희'와 전략기획실로 대표되는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편제의 소프트웨어 변화를 통해 창조경영 구현에 한걸음 더 다가서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꿈으로써 과거 이 전 회장이 '7-4제'도입을 통해 일거에 그룹 분위기를 쇄신한 전례를 추종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네트워크 조직 확산될 듯 상명하복식 피라미드 조직을 수평적인 네트워크 조직으로 교체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일반적인 트렌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장유유서(長幼有序)로 대변되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미약했다. 2000년 상급자와 하급자를 불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CJ와 직급을 파괴한 SK 정도가 수평적 네트워크를 조직 운용에 접목시켰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직급파괴에 나섬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민한 의사결정은 대부분의 기업들의 공통된 관심사"라며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이 이 같은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이 증명될 경우 많은 기업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