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스크랩] 호모나랜스가 제품 홍보한다
Posted 2008. 9. 25. 09:07, Filed under: ® B i z/+ m a r k e t i n g‘되고송’처럼 … 호모나랜스가 제품 홍보한다 [중앙일보]
기업들 새 화두 떠오른 ‘디지털 스토리텔링’
재밌는 얘깃거리 던져 네티즌 퍼나르고 즐기게 패러디 쉬운 소재 인기
지난달 31일 밤 12시 판도라TV 등 주요 동영상 포털사이트에 한 동영상이 떴다. 가수 윤은혜가 녹음실에서 ‘샐러드송’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윤은혜 (가수) 컴백하나봐’라는 제목뿐 아무 설명이 없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동영상은 이튿날 하루 종일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윤은혜와 함께 노래를 부른 남자(탤런트 이동건)가 누구인지를 네티즌들이 찾아내는 과정에서 검색 순위가 껑충 뛰었다. 3주 동안 네이버에서만 1만여 명의 블로거가 이를 퍼갔다.
이 동영상은 바로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의 CM송 녹음 장면이다.
제일기획 이상근 차장은 “처음부터 지펠 CM송이라고 밝혔다면 그렇게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며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해 그들 스스로 이야기를 퍼나르게 했다”고 말했다.
‘호모나랜스(Homo Narrans·이야기하는 사람)가 퍼뜨리게 하라’.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이 화두다. 제일기획도 24일 ‘디지털 호모나랜스와 스토리텔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스스로 콘텐트를 생산하고 퍼나르는 데 익숙한 네티즌을 사로잡으려면 기업광고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야기를 끝맺지 마라=기업광고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스토리텔링은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해 들려 주는 식이다. 하지만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소재만 던져놓고 네티즌이 마음껏 이야기를 바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네티즌은 기존 콘텐트를 조금씩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것을 나름대로 창작 활동으로 생각하며 즐긴다”고 말했다.
최근 “~하면 되고” 라는 유행어를 낳은 SK텔레콤의 ‘되고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티즌은 이를 응용해 되고송의 리듬에 맞게 개사한 가사와 동영상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휴대전화 업체 KTF의 SHOW 광고도 마찬가지다. ‘한 살의 쇼’ ‘일곱 살의 쇼’…. TV 광고를 본 네티즌들이 ‘여덟 살의 쇼’ ‘열네 살의 쇼’ 식으로 패러디한 콘텐트를 만들어 퍼뜨렸다.
되고송 광고를 제작한 TBWA코리아 오성택 차장은 “네티즌이 쉽게 재생산할 수 있냐는 것이 되고송 광고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프로 냄새를 지워라=“동영상이 홍보용이라는 걸 아는 순간 네티즌의 관심은 급속히 식어버려요.” 지난달 외국인 스타 사유리·브로닌이 등장한 ‘된장송 동영상’을 히트시킨 CJ제일제당의 문경석씨 말이다.
해찬들 된장 광고였지만, 정작 동영상엔 제품 이름이나 사진이 등장하지 않는다. 네티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콘텐트를 만든 주체가 기업이라는 것을 최대한 숨기는 것이다. 문씨는 “화질이나 편집 수준을 일부러 낮춰 일반인이 제작한 동영상처럼 보이게 했다”며 “궁금증을 자아내게끔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호모나랜스(Homo Narrans)=라틴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뜻. 미국의 영문학자 존 닐(John D Niels)이 1999년에 낸 저서 『호모 나랜스』에서 처음 소개한 단어다.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고 그는 말한다.